불법 비자금 조성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돼 지탄의 대상이 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사진이 외국의 유수대학 건물에 걸려있다.
이를 본 많은 한국인들은 지금도 그의 성공과 좌절을 생각하며 씁쓸한 미소를 짓곤한다.
미국 보스턴에 있는 세계 최고의 공과대학으로 불리는 MIT(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를 최근 방문한 기자는 한국인 관광객들과 함께 교정을 둘러봤다.
그리고 이 대학 본관 1호관 입구에 전시된 거액의 기부자명단에서 김 전회장과 부인 정희자씨의 사진을 발견할 수 있었다.
MIT본관은 중앙홀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28개의 건물이 서로 연결돼 있으며 1호관은 본관 중앙홀에서 볼 때 맨 오른쪽에 자리하고 있다.
MIT가 이곳에 전시하고 있는 거액 기부자 사진은 김 전회장 부부와 재미교포 의사로 알려진 박모씨 부부 등 모두 8장이다.
사진에서 김 전회장은 감색 마고자와 푸른빛이나는 바지를, 정씨는 흰색저고리와 자주색 치마 등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있으며, 만면의 미소를 띤 밝은표정을 하고 있다.
기부자 사진이 걸린 장식장 상단에는''DEPARTMENT OF MECHANICAL ENGINEERING''(기계공학부)이라고 적혀있다.
또 그 아래에는 기부자 명단이라는 설명도 붙어 있다.
이곳에서 만난 관광안내원은 "김회장이 지난 90년 MIT에 재학 중 숨진 장남을 기리기 위해 이 대학에 장학금을 기부, 대학당국이 김 전회장이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대학에서 기부금 규모나 이유에 대해서는 밝힌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밝혔다.
관광객 김모씨(65)는"김 전회장이 잛은 기간에 세계적인 거대 기업을 일으키고, 큰 성공을 거둬 외국 대학에까지 장학금을 기부한 것은 이해간다"면서도 "하지만 한국의 경제가 거덜나는데 적잖은 역활을 한 그의 밝은 모습을 이국땅에서 보니 씁쓸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회장의 장남 선재씨는 MIT에서 산업공학 석사과정을 밟던 지난 1990년 11월 당시 23살 때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 후 어머니 정씨는 아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대우재단을 설립했고, 아트선재센터도 그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김 전회장은 셋째 아들 선용씨가 졸업한 하버드 대학에도 거액을 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참여연대는 지난 2002년 예금보험공사 조사기록을 인용, " 김 전 회장이 아들 선용씨가 하버드 대학에 다니던 1997년 6월, 98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25만 달러씩 모두 250만 달러를 기부한 적이 있는데, 이는 분식회계를 위해 김 전회장의 지시로 ㈜대우가 영국에 설립한 금융조직 BFC에서 나온 불법자금"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 전회장은 MIT에도 기부금을 낸 적이 있다고 참여연대는 밝힌바 있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는 당시 하버드대 로렌스 서머스 총장 앞으로 "김 전 대우회장이 기부한 250만 달러는 불법으로 조성한 자금인 만큼 한국의 주주와 채권자 등에게 돌려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보스턴=류영현기자 yhry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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