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설계도 통하고 반대·간섭 막아줘 '공생'
거장들 야심작 대부분 권위주의 국가서 실험
이집트의 파라오는 피라미드를 지었고, 중국의 진시황은 만리장성을 쌓았다.
한때 건축가를 꿈꿨던 독일의 히틀러(Hitler)는
'나치 건축가' 알베르트 슈페어(Speer)를 통해 베를린을 로마로 바꿔놓으려 했다.
권력과 건축의 결합. 국제문제 전문 격월간지 '포린 폴리시(FP)'는 5·6월호
'독재의 건축'에서 '왜 세계 정상의 건축가들이 권위주의 국가의 대형 건축사업에 뛰어드는지'를 분석했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웅장한 건물이 들어서는 곳은 대개 권위주의 국가들이다.
중국과 러시아, 구(舊)소련 국가, 민주적이지 않지만 오일 머니가 넘치는 걸프 연안국들이 대표적이다.
건축계의 대가들도 이곳으로 몰려간다.
중국 관영 CCTV의 신(新)사옥 설계는 네덜란드 출신 거장 렘 쿨하스(Koolhaas)가 맡았다.
베이징올림픽 주(主)경기장은 스위스의 '헤르촉 앤 뮤런(Herzog & Meuron)'이 담당한다.
베이징 신(新)공항 터미널은 영국의 건축가 노먼 포스터(Foster)가 설계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거대한 유리·스틸 구조물 '크리스털섬(Crystal Island)'도 그의 작품이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지을 국영 에너지회사
'가즈프롬' 타워 설계는 스코틀랜드 건축회사 RMJM이 따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버즈 두바이' 타워는 미국의 '스키드모어, 오윙스 앤 메릴'이 디자인했다.
아부다비의 문화 특구에도 일본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Tadao),
캐나다계 미국인 프랭크 게리(Ghery) 등 쟁쟁한 거물들의 작품이 들어선다.
이라크계 영국인 건축가인 자하 하디드(Hadid)는 아제르바이잔의 문화센터 설계를 맡았다.
왜 건축의 대가(大家)들이 독재·권위주의적 지도자와 '공생(共生)'하는가.
FP는 "건축가가 선호하는 의뢰인은 돈과 야심은 넘치고,
건축 과정의 반대는 무시할 수 있는 '힘 있는 고객'"이라고 주장했다.
민주 국가일수록, 건축가는 공청회나 환경평가, 지역사회, 언론 등을 모두 상대해야 한다.
이런 '간섭들' 때문에, 적잖은 건축 대가들은
'서방 국가들은 위대한 건축물을 지을 의지를 잃었다'고 푸념한다는 것이다.
가령 런던 히드로 공항의 새 터미널은 설계가 공개 심사를 통과하는 데 4년이 걸렸다.
비슷한 기간 베이징 신공항터미널은 구상에서 완공까지 다 끝냈다.
FP는 특히 천재 건축가들의 아이디어는 보통 너무 '혁신적'이어서 현실에 쉽게 반영되지 않고
'도면'에 그치기 일쑤이어서, 이들 건축가는 자신들의 구상을 실행에 옮길 수만 있다면 의뢰인은
누구라도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권력자들은 기반이 아무리 위태로워도, 건축물만은 '대제국의 위용'을 꿈꾼다.
그러다 보니 도시와 세계를 바꿔놓으려는 야심 찬 건축가들은 권력자와 손을 잡게 된다.
'베르사유 궁전을 남길 수만 있다면....
절대군주 태양왕(King Sun·루이14세) 밑이라도 좋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라고 FP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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