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 뷸(Palais Bulles, 공기방울 저택)
피에르 가르뎅의 신비로운 저택
동그라미 안에 지중해를 담다.
프랑스의 「패션 황제」 피에르 가르뎅(82)은...
2003년에 그의 80회 생일과 디자인인생 50년을 기념해 지중해가 내려다 보이는 프레치 리비에라 해변에 새 저택을 마련했다.
콘크리트로 지은 둥근 형태의 저택(「버블 팰리스」)은 우주공간」을 상징하고 있다.
버블 팰리스가 위치한 리비에라 해변은 1년 내내 꽃재배가 가능한 온화한 기후로 니스·칸·몬테카를로·산타페 등이 연이어 있는 세계적인 휴양지다.
1945년 스물세 살의 나이로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프랑스 파리로 옮겨온 피에르 가르뎅은 1950년대 이른바
「버블 드레스」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패션 업계에 우뚝섰다.
현재 140개국에서 기성복·초콜릿·만년필 등 900종의 라이선스 상품을 팔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앙티 로바그가 설계한 버블 팰리스는 원래 피에르 가르뎅의 친구가 짓던 집이었다.
집이 완공되기 전에 친구가 사망하자, 피에르 가르뎅이 이어받아 완공했다.
칸에서 자동차로 30분거리에 지중해를 마주볼 수 있는 특별한곳이 있다.
해발 300m의 바위산까지 솟구쳐 올라오는 지중해를 상상해본 적 있는가?
겨울에도 싱싱한 야자수가 하늘을 찌르는 프랑스 남부의 풍경과 더불어 상상 이상의 광경을 연출해내는 저택이 있다.
프랑스의 해양 요양 도시 칸(Cannes)에서 테울(Theoul)을 향해 끝나지 않을 것처럼
구불거리며 올라가는 국도를 따라 30여 분 정도 차를 몰다 보면 어느 순간 탁 트인 전망에 잠시 호흡이 멈추는 때가 온다.
열대 식물들과 노란 미모사(mimosa)의 봄기운 사이로 붉은 흙과 벽돌로 지은 주택이 드문드문 보이고,
그 사이로 마치 우주의 한 부분을 떼어 옮겨놓은 듯 둥글고 묘한 건물이 하늘과 맞닿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지상의 물체라고 하기에는 어쩐지 의심스러운 방울처럼 생긴 건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건물을 보고 있노라면 주변의 경관을 향해 이보다 더 훌륭할 수는 없다며
마침표를 찍듯이 절대적인 느낌에 사로잡히게 된다.
바위산과 하늘 그리고 바다가 진정으로 일체를 이루는 절경에 자리한 디자이너 피에르 가르뎅의 휴식처,
팔레 뷸(Palais Bulles, 공기방울 저택)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공기방울(Bulles)이라는 애칭이 정식 칭호가 된 팔레 뷸과 피에르 가르뎅의 인연은 특이하게 찾아왔다.
1980년 초, 시트로엥 자동차 계열 트럭(Camion Berliet) 생산자의 동업자이자
붉은 바위산으로 유명한 테울의 넓은 부지를 소유한 사람이 가르뎅을 만나고자 했다.
그의 이야기인 즉,
유산으로 물려받은 부지에 1975년부터 집을 짓기 시작했는데 사업에 위기가 찾아와 완공할 자금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부지의 희소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가르뎅의 공사 지원금을 부탁했다.
레스토랑 막심에 대한 투자와 맞물려 있을 때라 고민을 거듭해야 했지만 가르뎅은 평소 좋아하고 친분이 있던
이탈리아 건축가 앙티 로박(Antti Lovag)에게 프로젝트를 맡긴다는 조건하에 투자를 결심하기에 이른다.
팔레 뷸이 이 시대에 지니게 될 명성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던 때였다.
“내 자본이 허락했고 그것을 필요로 하는 데 투자한 결과지요.”
피에르 가르뎅의 회상이다.
“앙티 로박의 작품은 그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자연 조건과 그 지방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현지 재료들을 이용하는 그의 작품 세계가 좋았고,
특히 내가 집착에 가까운 열정을 쏟는 원형 공간 제작자라는 데 이견이 필요 없었지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투자를 부탁했던 부지 주인은 사업 실패에 대한 충격으로
심장병을 얻어 사망했고 프로젝트는 고스란히 가르뎅의 것으로 남았다.
자금에 대한 걱정은 해소되었지만 팔레 뷸을 몇 년 안에 완성하지는 못했다.
공사를 시작해서 실제로 완공을 맞은 때는 1990년. 자그마치 15년의 세월이 흐르고 난 뒤다.
바위와 잡목들이 무성했으며 해발 300m의 급경사라는 난항들에 부딪히면서도 자연 조건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겠다는
건축가 로박의 도전장은 사실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을 일이다.
“첫 공사는 10년이 되기 전에 마쳤습니다.
이 휴양지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하는 가르뎅 씨의 완벽주의가 개축에 재축을 거듭해 나간거지요.”
15년째 팔레 뷸의 관리를 맡고 있다는 리처드의 말이다.
“쓰레기 저장고의 출입구마저 그의 이니셜을 따서 P와 C 형상을 갖추기를 원한 분이었으니까요.
보다시피 팔레 뷸 내에서는 정문 입구부터 마지막 층까지 직선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최근까지도 크고 작은 보수 공사를 마칠 때마다
한 곳이라도 직선이 보이면 보다 둥글게 개조하기를 바라세요.
그러다가 공사 후반부에는 외부에서 그의 개인 아파트로 바로 연결되는 문과 통로도 확장하게 되었고요.
완공이 늦춰질 수밖에 없었지요.”
그는 현재 피에르 가르뎅 휴식처의 총관리인으로 아내와 함께 팔레 뷸의 잔디 보호, 야자수와 정원 관리, 수영장 물 조절,
파티 이벤트 협조, 청소 등을 맡아 가까운 칸에서 매일이다시피 출퇴근을 하고 있다.
내부 면적 1,200㎡, 정원과 수영장 그리고 야외극장 등 외부 시설들을 포함하면 8,500㎡에 달하는
이 어마어마한 팔레 뷸은 애칭에서도 확인되듯 건축가 로박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살려 모든 공간이 둥글게 구성되어 있다.
집은 가르뎅의 아파트가 있는 1층과 몇몇 스위트의 낮은 1층들을 제외하고 모두 아래로 내려가는 구조를 이룬다.
이렇게 내려갈 수 있는 층은 지하 5층까지. 지하라지만 언덕에 자리한 지리적인 조건과 모든 스위트가 바다를 바라보는 형태로
지은 덕에 지하 5층도 채광이 문제되는 방은 없다.
작게는 50㎡, 크게는 165㎡인 방울 한 개의 공간이 26개에 달하는 특이한 구조들은 하나의 기다란 복도로 예외 없이 연결된다.
“마치 인간의 오장육부를 보는 것 같다고 할까요.
피에르 가르뎅의 표현이다.
“사람의 몸속에 있는 여러 가지 둥근 형태의 기관이 긴 십이지장과 연결되어 있는 그림을 상상하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물론 사람 내장과 팔레 뷸의 모습에는 차이가 있지만 이를테면 꼭 그런 느낌이 든다는 말이지요.”
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입구에서부터 각각의 스위트로, 정원으로
또는 다른 방향의 복도로 인도하는 긴 메인 복도는 그 자체만으로 훌륭한 공간을 이루는 데 손색이 없다.
8명의 젊은 아티스트가 각기 개성을 살린 스위트룸
10개로 이루어진 팔레 뷸. 그 중 태초의 신비로운 세계를 주제로 작가 브르토의 스타일을 입힌 방이다.
지중해가 들어오는 정원&수영장
브르토의 방을 나와 계속 아래로 내려가면 팔레 뷸의 중심이라 할 만한 정원이 기다리고 있다.
햇볕이 내리쬐는 8월이나 구름으로 뒤덮인 3월에도 이 높은 언덕까지 전해지는 지중해의 생동감이 가슴을 탁 트이게 만드는 곳이다.
햇빛의 변화에 따라 얼굴이 바뀌는 아름다운 복도가 왼쪽이고 정면으로는
팔레 뷸의 덩치에 비해 아담한 잔디 정원과 수영장, 오른쪽으로 100㎡에 달하는 파티 룸이 있다.
큼직한 구멍이 여러 개 뚫린 복도의 외벽은 마치 어느 행성의 분화구와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날씨가 화창할 땐 더없이 좋지만 불어오는 바람이나 날씨 변동에 날려 들어오는 먼지로부터 집을 완벽히 유지하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피에르 가르뎅의 휴식 공간이자 한편으로는 페스티벌이나 각종 이벤트를 위해 임대하기도 하는
공간인 만큼 리처드 씨의 저택 관리는 하루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러나 쌀쌀한 꽃샘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날씨에도 키 큰 야자수가 바다와 저택을 가르는 초록 잔디 정원에 서서
지중해의 경관을 감상하노라면 관리의 괴로움쯤 쉽게 잊을 것만 같다.
여기에서 보는 테울의 절경은 말 그대로 그림이 되고도 남으리라.
팔레 뷸을 등지고 정원에서 오른쪽으로 눈길을 주면 최고 깊이가 3m인 수영장과 뒤쪽으로 파티 룸이 접해 있다.
수영장은 물놀이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가르뎅의 컬렉션이나 외부 리셉션에 무대로 자주 쓰이기도 한다.
실제로 2008년 여름 컬렉션을 피에르 가르뎅은 이 수영장 주변에서 개최했다.
에페 드 미로와(Effet de miroir : 거울 효과)를 도입해 설계한 수영장이지요.
이곳에는 총 3개의 야외 수영장이 있는데 모두 똑같은 시스템으로 디자인해 설치했답니다.”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거울 효과 시스템이란 수영장에 들어가거나 고개를 땅에 가까이 해 정면을 바라보았을 때 수영장과 뒤에 이어지는 풍경에 경계가 없는 것을 말한다.
팔레 뷸의 경우 지중해의 수평선 또는 하늘과 수영장의 물 표면이 맞닿아 있는 듯한 효과를 낸다.
“안전 문제 때문에 웬만한 집 시공에는 고려하기 힘든 시스템이에요.
그만큼 시공 가격도 만만치 않고요.”
리처드가 덧붙인다.
아무튼 이 장소는 이 정도로 까다로운 시설의 수영장을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집의 메인 복도 끝에 서면 미니 수영장이 보인다.
미니 수영장은 가르뎅 아파트의 개인 수영장 물이 흘러내려 고인 연못과 같은 곳.
멀리 토굴처럼 뚫린 구멍은 다른 스위트룸으로 연결되는 계단이다.
브르토(Breteau)스위트 룸
로방 회의실을 나와 정원으로 이어지는 복도를 따라가는 중간에 브르토 스위트가 나온다.
블루 계열 색상이 지배하는 공간으로 침실이 마련된 스위트 중 팔레 뷸의 입구와 가장 가까이 자리한다.
관리인 리처드는 태초의 방이라고 달리 부르기도 한다.
아티스트인 브르토의 벽화와 문 입구에 놓인 부화되는 알 조각상 등 생명이 완전한 형태로 세상에 나오기 전의 디자인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우주의 어느 곳에 버려진 느낌이기도 하고, 착상할 곳을 향해 여행하는 올챙이의 모습 등이 왠지 신비로운 방입니다.
” 60여 년간 생명이 자라는 어머니의 자궁이나 우주의 아늑함을 갈망하며 작품을 디자인해온 가르뎅의 설명이다.
리처드의 말처럼 곡선만이 존재하는 공간의 침대 역시 둥글게 맞춤 제작해 들여놓았다.
침실이 있는 나머지 스위트의 침대는 모두 크기와 형태가 동일하게 통일되어 있다.
하긴 이렇게 둥근 공간 안을 직사각 침대가 차지하고 있었다면 제대로 조화를 이루지 못했으리라.
디자이너의 선택이 수긍되는 부분이다.
로방(Lhauvin)회의실
메인 복도와 리셉션 공간이 만나는 곳에 있는 스위트는 회의실이다.
합성수지로 주문 제작해 설치한 문을 열면 UFO의 내부처럼 둥그렇고 넓은 공간이 펼쳐진다 .
회의실은 팔레 뷸의 외부에서 받은 느낌을 그대로 이어간다.
군데군데 뚫린 둥근 창들, 둥근 탁자와 의자,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설치된 빨간 합성수지 의자 세트,
거기에 피에르 가르뎅 가구 컬렉션의 초창기 작품들인 램프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창문으로는 지중해가 보이고 바로 아래층의 파티 룸 단면도 볼 수 있다.
회의실 옆에는 작은 층계를 따라 연결되는 다른 공간이 있는데 서재나 집무실로 사용 가능하다.
환한 파스텔 톤의 벽 한 쪽에는 프랑수와 로방(Francois Lhauvin)이라는 젊은 아티스트의 벽화가 아늑함을 더한다.
“평균 나이 25~26세의 신인 작가 8명을 선별해 방의 벽화를 맡겼습니다.
이미 명성을 얻은 아티스트들을 고를 수도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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