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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공간, 광장...

이종국 2011. 3. 16. 17:03

 

 

 

소통의 공간, 광장...

----------우리사회 단절과 반목 훌훌 털어내고..

 

                                                                                    로마의「포럼-forum」-광장

 

분단시대의 방황을 실감나게 그린 "광장"이라고 하는 최인훈의 소설이 있었지요.!

또 선거철만 되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시민포럼」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여기에서 「포럼(forum)」은 광장을 의미 합니다.

 

각자 자기 생각 속에 갇혀있는 시민들을 널따란 광장으로 끌어내서, 그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대로라면 「광장」은 비교적 정치판과 잘 어울리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원래 우리나라 사회에서 광장이라고 하는 공간은 따로 없었습니다.

지금은 "시청 앞 광장"이나 "역전광장" "여의도광장" 등을 쉽게 만날 수 있어서 광장이라는 낱말 자체가 별로 낯설게 느껴지지 않지만, 사실 "광장"은 유럽에서 받아들인 수입품입니다.

 

광장은 서양문화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 아테네 시대에서부터 출발합니다.

한쪽 어깨에 하얀 옷을 치렁치렁하게 걸친 시민들이 이곳저곳에 빙 둘러서서,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정치와 문학 그리고 철학을 논하던 장소를, 당시 그리스에서는 아고라(agora)라고 불렀습니다.

 

시민광장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던 아고라가 로마시대로 넘어오면서 「포럼」이란 이름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포럼은 아고라와는 달리 점차 시장의 기능을 가미하면서 본격적인 상업광장의 성격을 띠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광장은 여기에서만 그치지 않고, 다시 르네상스시대를 거치면서 플레이스(place)라는 이름으로 대체됩니다.

그러다가 근대에 접어들게 되면 또 피아짜(piazza)로 바꿔 불리게 되는데, 이게 모두 다 광장을 지칭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서양문화는 광장이라고 하는 공간을 중심으로 해서 일찍부터 시민문화가 형성되어 왔습니다.

어떻게 보면, 옛날 우리 선비들이 사랑방을 중심으로 모여앉아 성리학을 논하고, 동네어귀에 자리한 정자나무아래에서 세상인심을 얘기하던 풍경과 흡사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사랑방이나 정자나무 아래에서 얌전하게 앉아 있을 줄만 알았던 우리들이 언제부턴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점차 광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6.29선언 때도 그랬지만, 월드컵 때 그 광장의 열기는 정말 대단했었지요.

아니, 지난 번 소고기수입 반대「촛불집회」과정에서도, 우리는 광장이란 공간을 통해서 민주사회의 절정을 맛보게 되습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도 자연스럽게 우리공동체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고, 토론은 더 활발해지게 될 것입니다.

 

저 먼 옛날 아고라에서 포럼으로, 그리고 다시 플레이스에서 피아짜로 이름을 바꿔가며 민주주의를 꽃피우던 그 광장이,

이제 우리사회에서도 그동안의 단절과 반목을 한순간에 떨쳐버리고, 더 활발한 「소통의 디딤돌」로 자리 잡아 가는 것입니다.

희망을 갖고 더 지켜볼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