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여기 소주 한 병하고 맥주 세 병!"
저녁, 아니 가끔은 대낮에도 음식점에서 들을 수 있는 외침이다.
'주당'이 아니더라도 무슨 소리인지 금방 눈치 챘을 게다.
'쏘맥(소주+맥주)'을 말기 위한 걸. 쏘맥(소맥)의 태생은 양주와 맥주를 섞는 폭탄주다.
지금도 군부·정치권·법조계·재계·언론계 등 특권층에서 비싼 돈 들여 말아마시는 술 말이다.
그러나 양주 대신 소주로 바뀐 소맥은 언제부터인지 '대한민국 국민 칵테일'로 자리메김하고 있다.
청와대 만찬 석상에도,
여대앞 주점에서도,
시골 농부의 새참상에서도 등장해 그
야말로 남녀노소·사농공상을 불문한 전국민의 사랑을 한껏 받는 술이 됐다. 그러다보니
'소맥'은 당당히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신어'자료집에 수록되는 영광도 안았다.
소주 소비는 줄고, 맥주 판매량은 느는 등 주류시장의 지각변동까지 일으킨 소맥. 그 세계로 한모금 한모금 목을 적셔본다.
"소주보다는 덜 독해 목넘김이 좋으면서도 맥주보다는 강해 더 짜릿하고 시원하지요.
" 소맥을 즐겨 마시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소맥의 매력이다.
여기에 개개인이 주장하는 소맥의 장점을 더하면 다음과 같다.
"첫 잔의 '원샷'으로 갈증을 풀면서 알딸딸한 취기까지 올라 즐겨 마셔요."
- 밀레니엄힐튼호텔 홍보실 곽용덕과장
"소주 마시는 것처럼 천천히 마시면 속에 부담이 없어 너무 좋아요."
-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사는 김혜영주부
"소주는 쉽게 취하고, 맥주는 배만 부르고…, 두 가지의 단점을 소맥이 깔끔하게 해결했잖아요."
- 혜전대학 호텔조리학과 강병남교수
술값 부담은 소주의 두 배
음식점에선 소주와 맥주 한 병 값은 각각 3000원을 받는다.
4인 식탁에서 소주만 마신다면 '각 일(1)병'이 보통. 그럴 경우 안주에 상관없이 술값만 1만2000원(3000원x4병)이 든다.
그런데 소맥으로 같은 정도의 취기를 느끼려면 소주 두 병에 맥주 여섯 병은 들어간다.
술값은 2만4000원(소주 6000원 + 맥주 1만8000원). 소주만 마셨을 때에 비해 두 배다.
밀레니엄힐튼 홍보실 곽용덕과장은 "소주만 마시는 것보다 금전적으로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취기가 은은하게 이어지는 게 좋아 소맥으로 마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 소맥의 알코올 도수는 몇 도일까.
요즘 소맥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하프-하프'(소주 반잔과 맥주 반잔을 섞는 것)나
소주 한잔을 붓고 맥주를 가득 체우는 것이나 도수는 별반 차이가 없다.
20도짜리 소주 한 잔이 48ml, 5도짜리 맥주 한 잔이 200ml.
'하프-하프'로 제조를 하면 소주 24ml에 맥주 100ml인 셈.
소주·맥주의 알코올 양을 합쳐서 따지면 대략 9도가 된다.
소주 업체는 울고, 맥주 업체는 웃는다
국민 칵테일'소맥' 때문일까. 맥주의 판매량이 부쩍 늘어났다.
하이트 맥주 홍보팀 최용운씨는 "전체 맥주 소비는 2006년부터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 해 1분기(4107만2000상자·500ml 20병 기준)에도
맥주는 지난 해 같은 기간(3961만2000상자)보다 146만상자나 더 팔렸다"고 밝혔다.
반면 소주 소비는 줄었다.
(주)진로에 따르면 올 해 1분기 진로 소주의 판매량은 지난 해 같은 시기에 비해 6.8%나 감소했다.
지난 해 1분기엔 2723만 상자(360ml·30병 기준)가 팔렸는데 올 해는 2538만 상자만 나갔다.
소주만 마시는 사람이 줄어들고 '섞어' 마신 탓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봐서는 큰 손해는 아니라고 한다.
진로측은 "소맥이 젊은 층과 여성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어 궁극적으로는 소주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맥의 영향인지 소주 도수가 계속 내려가고 있다.
1980년대만 해도 '소주=25도'였다.
그러던 것이 1999년 23도, 2001년 22도, 2004년에는 21도, 2006년 20.1도의 순한 소주가 나왔다.
2006년 8월엔 처음으로 20도 아래의 소주(19.8도)가 나와 현재 소주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최근엔 18.5도 소주가 나왔고 지방에서는 16도 짜리 소주도 선을 보이고 있다.
그 옛날 한잔 후 '캬~'하는 소주의 짜릿함은 찾을 수 없고 그냥 '맹물'처럼 순하디 순한 소주이다.
이런 현상이 소맥 때문일까.
진로측은 아니라고 단호하게 답한다.
여성과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기 위해 도수를 낮추고 있을 뿐이란다.
'빨간 딱지' 진로의 추억을 가진 주당들에게는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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