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봄…陽의 기운이 '활활'...
아직도 매서운 추위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지만, 그저 춥고 어설프던 한겨울은 막 지난 것 같다.
아마 동지 때부터 알게 모르게 서서히 움트던 계절의 변화조짐이, 이제 비로소 우리 자연산천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역에서는 그런 상황을 여섯 개의 음양부호로 간단히 표현해 놓았다. 땅을 의미하고 있는 곤(坤) 아래에 펄펄 끓는 우뢰(雷)를 묻어 놓은 것이다.
옛날에도 봄은 저 땅 밑에서부터 온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다섯 개의 음을 포개서 양 하나를 덮어놓았다.
마치 질화로처럼 불씨 하나를 살리기 위해서 재로 꼭꼭 덮어놓은 형국이다.
비록 지금 당장 불이 보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불씨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걸 절기로 짚어보면, 음기가 극성하고 양기가 쇠약해진 동지에 해당된다.
그러나 동지가 지나면서부터는 다시 양(陽)이 소생하기 시작한다.
비로소 땅 속에 갇혀있던 우레 같은 불기운도 점차 몸이 달아오르면서 지표면으로 들뜨게 된다.
세상 이곳저곳에서 음 기운이 약해지고, 양 기운이 용수철처럼 솟아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게 봄이다.
이러한 봄철에는 신경 쓰고 챙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건축물에서는 더하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이 녹으면서 그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기도 하고, 이곳저곳 틈이 벌어지면서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요즘처럼 점차 건조해지는 봄철엔 갈 바를 모르고 헤매던 양기(陽氣)가 아무데나 붙어서 마침내 일을 내고 만다.
몇 년전 숭례문 화재가 그랬고, 예전의 낙산사 화재도 그랬다.
건축물에 불이 잦아지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숭례문의 상징성 때문에 온통 거기에만 비난과 관심이 집중되어 있지만 우리건축, 특히 목재로 지은 한옥은 언제 어디서든지 다시 또 그런 화마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우선 문화재라고 하면 전통성만을 고집한 채, 기왓장 하나라도 손대지 못하게 하던 그동안의 아집에서부터 먼저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만 요즘처럼 땅속에 묻혀있던 양기(陽氣) 하나가 극성해지면서 만들어내는 이 「질풍노도의 계절」에 육백년 세월을 한순간에 날려버리는, 그런 참담한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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