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이야기/♣-건축이야기

강화도 전등사에 가면...

이종국 2010. 4. 14. 12:51

강화도 전등사에 가면...

-대웅전 나부상 '사랑의 징벌'

 

강화도에 가면 아주 먼 옛날 단군왕검이 개천(開川)을 했다는 마니산 참성단이 있다.

한낱 나무꾼이던 강화도령 원범이 조선 철종(哲宗)이 된 전설이 있다.

그런데 그것뿐만이 아니다.

 

강화도 전등사(傳燈寺)에 가면 섬뜩하게 무서운 사랑의 징벌을 보게 된다.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진 요즈음 같은 날씨에도

그 가냘픈 몸을 잔뜩 웅크리고 꿇어앉은 채, 두 손으로 육중한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벌거벗은 여인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벌을 받고 있는 모습 같다.

그것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지나가는 뭇 남성들의 시선에

아예 부끄러움마저 짓이겨져 버린 듯 처연한 모습으로 대웅전 처마 네 귀퉁이에 웅크리고 앉아서 지금도 벌을 받고 있는 모습 그대로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고향을 멀리 떠나 대웅전 건축에 매달리던 어느 순박한 목수가 있었다.

그런데 피곤에 지친 몸을 이끌고 한 번씩 들르던 주막집 작부가 문제였다.

 

월말 품삯을 받을 때마다 작부는 목수를 정성껏 어르고 달래고 토닥여주었다.

그런데 공사가 막바지에 이르자 작부는 결심을 한 듯, 그동안 목수가 맡겨놓은 종자돈 까지 훔쳐서 옆집 돌쇠랑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목수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을 하게 된다.

그러나 부처님과의 약속을 어길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다시 망치를 잡은 목수는 무서운 집념으로 배신한 작부의 얼굴을 새기기 시작하였다.

사랑하고 용서하는 마음이 생겨서가 아니라 영원히 증오하기 위해서 그 작부의 웃음과 손짓을 반대로 새기기 시작한 것이다.


몸은 잔뜩 웅크리게 만들고 부끄러운 부분은

일부러 벌겋게 드러내 놓았으며 술을 따르던 나긋나긋하던 두 손은 마치 벌을 서듯 위로 치켜 올려놓았다.

그렇게 나무로 깎아서 만든 여인을 대웅전 처마 네 귀퉁이에 올려놓고는 그 위에 또다시 무거운 지붕을 포개서 얹어놓았다.

이제 꼼짝없이 벌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강화도 전등사에 찾아가면...

벌거벗은 부끄러운 알몸으로 그 육중한 지붕을 두 손으로 정성껏 떠 바치고 있는 어느 가련한 여인을 만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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