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이야기/♣-건축이야기

현관...

이종국 2010. 4. 14. 12:31

현관...집의 나들목.

----우리와 남을 나누는 경계지대...

 

잘 알다시피 1년은 365일이다.

또 음력은 그보다 열흘 적은 355일이다.

그 차이를 보정하기 위해서 3년에 한 번씩 윤달을 두게 되는데, 올해는 음력 7월이 윤달이었다.

 

그 덕에 주말마다 결혼식장은 만원이었고, 장례업계도 호황을 누렸다고 한다.

해와 달의 궤적에 따라서 만든 음력과 양력이 빚어놓은 우리의 전래풍습 탓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차이는 비단 음력과 양력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자전축만 봐도 그렇다.

남북축을 중심으로 반듯하게 회전하고 있을 것 같은 이 지구도 사실은, 그 지축이 23.5도나 기울어져 있다.

그렇게 기울어진 채 회전함으로 해서, 이 지구상에는 훨씬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또 지구자체도 완전히 둥근 게 아니고, 약간 일그러진 타원 형태를 띠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짚어가다 보면 애당초부터 우리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변화와 모순은 불가피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차피 우리네 인생은, 싫든 좋든 타원형으로 일그러지고 지축마저 뒤틀어져 있는 이 혼돈의 세상을 떠나서는 살 수 없도록 짜여있다.

먹고살기 위해서 아침마다 용수철처럼 세상 밖으로 튀어나가야 한다.

또 때가 되면 지친 몸을 이끌고 그 험난한 세상으로부터 다시 돌아와 누워야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다들 그게 당연한 것으로 알고 그렇게 살아왔다.

 

그 불완전한 세상에서 이리저리 헤매다 지친 한집식구들을 편안한 공간으로 처음 맞아들이는 장소가 바로 현관이다.

어떻게 보면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을 가르고 나누는 완충공간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름부터가 현관(玄關)이다.

편안하고 안락한 방이라는 뜻이 아니라, '검을 현(玄)」' 잠근다는 의미의 '관(關)'을 붙여놓았다. '

모든 것이 들어오고 나가는 길목'이라는 뜻이 되기도 하다.

 

그 현관을 열심히 들락거리다 보니, 어느덧 일 년 365일이 다 지나가고, 올 한해도 거의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연말연시엔 해마다 부적을 붙이거나 복조리를 걸어두는 우리의 오래된 풍습이 있었는데, 그 장소가 대부분 마루나 대청이었다.

물론 지금 아파트로 치자면 현관이 되는 셈이다.

 

이제 삼백예순 닷새 한 바퀴가 다 돌았다.

그 순환의 틈바구니에서 어느 하루도 거르지 않고, 현관은 매일 우리를 배웅하고 또 맞아들였다.

무심코 신발을 벗고 신으며 들락거리던, 그 좁고 어둠 껌껌하기만 하던 현관이 바로 '우리와 남을 나누는 경계지대'로 작용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설사 지금은 부적을 붙이거나 복조리를 따로 걸어 두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 살림집에서 예로부터 '길흉화복의 경계지대'로 여겨왔던 그 '나들목'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곰곰이 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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