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서 아파트... 저승서도 아파트...
-죽은 자의 집 '陰宅·납골당'
우리는 보통 사람이 살기 위해서 집을 짓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옛날에는 죽은 사람을 위해서도 따로 집을 지었다.
살아있는 사람이 거처하는 집을 양택(陽宅)이라고 하는데 비해서 죽은 사람의 무덤은 음택(陰宅)이라고 한다.
집도 음양으로 나눠서 생각했던 것이다.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점점 호흡이 가빠지고 정신(精神)이 들락거리다가 마침내 혼백마저 나눠지게 되면 이승을 하직한다.
이때 혼(魂)은 가벼운 기운이라 위로 뜨고 백(魄)은 가라앉아 유골에 머물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그 혼백이 거처하는 음택에 대해서도 그렇게 지극정성을 다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정성도 시대의 흐름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던지 지금은 음택도 점차 간편한 방법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리저리 흩어져 있던 무덤들을 하나둘 모아서 집단 취락지처럼 만드는 장례풍습이 한동안 유행하는 것 같더니...
이제는 그마저도 주춤하고 화장(火葬)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유골을 안치하는 납골당의 형태가 생각해볼수록 참 흥미롭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와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마치 가로세로로 얽혀서 도심 한복판을 가득 메우고 있는 저 아파트처럼...
어느새 우리의 사후공간이 될 납골당도 점점 그렇게 고층화, 대형화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납골당 전문분양업체마저 여기저기 생겨 지금 아파트를 분양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이다.
납골당의 평수와 인테리어 그리고 납골함의 재료에 따라 각각 가격 차이를 두면서 실제 분양을 서두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이승에서도 꽉꽉 막힌 아파트라는 공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살다가 저승으로간다.
저승에 가서도 생면부지의 타인과 상하 좌우로 이웃이 되어 납골당으로 직행하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 현대인들은 언제 한번 내 집 하나 지어보지 못한 채 아파트 몇동 몇호 아저씨 아줌마로 불리며 발 동동 구르고 살다가...
죽어서도 또 납골당 몇동 몇호 라는 숫자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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