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건축물/♣----이탈리아

팔라초(palazzo)

이종국 2010. 11. 9. 22:53

 

팔라초(palazzo)

  

이탈리아를 여행하다보면 팔라초(palazzo)라고 하는 건축물을 많이 보게 된다.

보통 우리말로는 '궁전'이라고 표시하는데,

팔라초란 중세 이탈리아의 도시국가시대에 세워진 정청(政廳)이나 귀족의 저택을 말한다.

라틴어의 팔라티움(palatium)에서 파생된 말이다.

고대 로마 시대에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팔라티노스 언덕에 주거(住居)를 건축한 데에서,

일반적으로 대규모의 주택형식을 가리키는 보통명사(왕궁 ·궁전)가 되었다.

특히 이탈리아 르네상스기(期)에 이르자 팔라초라는 명칭은 정청건축이나 왕후(王侯) ·귀족의 거관(居館)뿐만 아니라

호상(豪商) ·호족(豪族) 등 부유한 시민의 대저택을 가리키는 말이 되면서 새로운 건축양식을 전개하는 중요한 분야가 되었다.


 
 

[피렌체·로마의 팔라초]

15세기가 되자 피렌체에서는 부호의 저택으로서 팔라초가 잇달아 건축되었다.

이와 같은 건축물의 대부분은 주랑(柱廊)으로

둘러싸인 중정(中庭)의 설계와 도로 쪽으로 면하는 3층건물의 벽면 시공에 특색을 살린 것이었다.

예컨대, 1층의 벽면은 표면을 거칠게 다듬은 돌을 쌓아 올라가는 러스티케이션 공법을 사용하고,

2층은 평면으로 다듬은 돌을 규칙적으로 쌓아 올라가며, 3층은 평면의 미장바름벽으로 완성함으로써

1층의 장중(莊重)한 느낌이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점차 경쾌한 인상을 받도록 하는 등의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또한 각층은 장식적인 수평대(水平帶:cornice)로 구분하고,

건물의 최상부에는 풍부한 장식을 한 추녀가 돌출하여 음영(陰影)의 효과를 강조한다.

 

미켈로초 디바르톨로메오가 설계한 《팔라초 메디치》(1444∼1460)는 그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 밖에도 피렌체에는 《팔라초 피티》 《팔라초 스트로치》 《팔라초 루첼라이》 등

팔라초의 전형적 양식을 어느 정도 개성 있게 변화시킨 아름다운 작례(作例)가 많이 있다.

한편, 로마의 《팔라초 파르네세》(1513년경 착공, 1534∼1589년 증축)는 안토니오 다 상갈로가 설계하고

뒤에 미켈란젤로가 다시 손을 댄 것으로, 피렌체의 팔라초 건축을 16세기적인 장중한 양식으로 발전시킨 작품이다.

 

 

[북부 이탈리아의 팔라]

 베네치아의 《팔라초 두칼레》(14∼16세기)는

총독궁(總督宮)과 정청을 겸한 건물이었기 때문에 그 규모도 클 뿐만 아니라 안팎의 장식도 매우 풍부하고 화려하다.

또한 대운하(大運河) 연안에 세운 화려한 팔라초 건축양식 가운데에서도

《팔라초 벤드라민》(1481∼1509)은 베네치아의

조형적(造形的) 전통에 입각하면서도 르네상스 양식에 접근한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편, 페라라의 《팔라초 데이 디아만티》(1492∼1565)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다이아몬드형으로 자른 돌을 쌓아 올린 벽면의 장식적 효과는 북부 이탈리아 건축 전반의 특성을 반영한 예이다.

팔라디오가 설계한 비첸차의 《팔라초 키에리카티》(1566∼1580)나 줄리오 로마노가 설계한

만토바의 《팔라초 델 테》(1526?∼1534?)에 이르면

그 기본형식은 꽤 자유로이 변화하고 건축양식도 르네상스 양식에서 벗어나 마니에리스모의 작풍(作風)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