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산딸기 추억...

이종국 2007. 4. 14. 17:38

 

산딸기 추억...

 

 

 

 

 

봄을 맞아 모처럼 찾은...
산이 많이 변해가고 있었다.
움실움실 커 가는 산의 덩치가 그랬고
새소리들 또한 청량감을 더해 준다.

 

골마다 짙어지는 녹음은 무성한 수풀을 이루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하늘도 청명한
가을날의 그것처럼 맑고 드높다.

 

 

 

산에는 진홍색 산딸기가 널려 있었다.
수수 알 크기만한 잘 익은 입자들이
붉다못해 진자주색이 감돌았으며
그 야들야들하고 투명한 산딸기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입 속에 넣어 터뜨려 보았다.

 

 

 

새콤달콤한 맛이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미각을 되살려 주었다.
어렸을 적 학교에 갔다 오는
길에 몰래 눈여겨 보았다가
다 익기를 기다려 따먹던 향과 맛이다.

이십리 길을 걸어서....
몇 개의 개울과 산을 넘어
초등학교에 다니던 해가 아스름하다.
고개를 넘어가면 길은 험했으나
계곡을 타고 흐르는 냇가에는
산딸기와 멍석딸기가 늦은 봄의 잔치를 벌리고 있었다.

오늘 산길에서 농익은 산딸기의 시고 단맛을
아주 오랫동안 아끼면서 음미했다.
마치 애주가들이 좋은 술을 혀끝으로 즐기듯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천천히 삼켰다.

참으로 오랜만에 뿌듯함으로
가득 찬 만족감이 나를 순수의 시간 속으로 밀어 넣었다.
저마다 공책을 뜯어 봉투를 어설프게
만들어 접어들고 산딸기를 훑어 담던 기억들과 함께…….

그때 나는 사십 분씩 걸어서 시골 초등학교에 통학을 했는데,
그 통학 길을 따라 아카시아 꽃이 하얗게 피어 있었다.

그 알싸한 꽃 냄새, 먼지 날리던 황톳길,
이파리를 뜯어내며 가위바위보를 하던 기억들이
흰죽처럼 말갛게 뒤섞여 있었다.

그때의 아련한 기억을 위안처럼 반추하며....
나는 불빛 휘황한 보도를 따라 걷고 있다.
제일 재미있던 일은 학교 다니는 것이었다.

십리 정도 떨어진 학교까지 가려면
우리는 시내도 건너고 산도 넘어야 했다.
봄에는 제일 먼저 핀 진달래를 찾아내
선생님 책상에다 꽂아드려 칭찬을 받기도 했고,
산딸기와 오디 등을 따먹으며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여름에는 물고기를 잡느라고 온 냇물을 휘젓고 다녔고,
그러다 보면 살이 새까맣게 타곤 했다.
매일 십리가 넘게 다리품을 팔았어도
학교 길은 마냥 신이 났다.

누렇게 바랜...
옷 깃에는 꼬질꼬질 목 때가 절어 있고...,
바지자락 아래 구멍난 나일론 양말 뒤꿈치로
빼꼼하게 맨살이 밑천을 드러냈던....

그때, 아무렇게나 둘둘 말아 걸쳐 멘 책보 속에는
또 뭐가 그리도 많이 들었던지…….
걸음을 재촉할 때마다 몽당연필이
저희들끼리 사이좋게 부딪혔고,

 

달음박질이라도 하면....

빈 양은 도시락 속 젓가락이
달그락달그락 먼저 화음을 냈다.
그랬다. 그 시절엔 그 단조로운 장단만으로도
학교 길은 얼마든지 지루하지 않았다.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수골-오지마을 체험을 가다...(4/17~4/19)  (0) 2009.04.17
김유정문학촌 실례마을  (0) 2008.06.16
제6회 전국가족 솟대 만들기 대회  (0) 2008.06.16
나의고향 지명유래  (0) 2007.07.08
위대한 감자  (0) 2005.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