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는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땅 위에 기둥과 벽을 세우고 그 위를 지붕으로 덮어서, 일단 자연상태의 '빛과 공기'를 차단하는 일이다.
그리고 다시 그 벽과 지붕에 문을 내고 창문을 뚫어서 여과된 자연의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건축이다.
그런데 그렇게 임의로 막고 뚫어놓은 창을 통해서 공간내부로 들어온 '빛과 공기'는 실내에서 여러 가지 변화를 주도하게 되어 있다.
쾌적한 실내환경을 연출할 수도 있는가 하면,
그 '빛과 공기'가 적절하지 못할 경우 사람이 살기 위해서 지은 집이 순식간에 각종 미생물의 삶터로 변하기도 한다.
사람만 살고 있는 줄로 알았던 방안 구석구석에 미생물들이 잔뜩 웅크린 채, 우리와 동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니다.
아니 한두 종류만도 아니다.
개미나 바퀴벌레뿐만 아니라
몸길이가 채 1밀리미터도 안 되는 수많은 집먼지 진드기들이, 사람이 머물러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따라다니면서 우글거리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집먼지 진드기들은 우리 피부에서 떨어져 나온 각질 부스러기나 공기 중의 수분을 먹고 생존하게 되는데,
그것으로만 그치지 않고 사람도 수면 중에 진드기가 분비하는 '알레르겐'이라고 하는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자연스럽게 들이마시게 된다고 한다.
그 결과 동거파트너였던 우리 인간이 원인도 제대로 알 수 없는 각종 알레르기 질환으로 고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봄이다.
겨우내 어쩔 수 없이 막고 가렸던 건축물의 외벽과 지붕에 숨통을 틔워주어야 할 때가 되었다.
활짝 열어 젖힌 개구부 사이로 그 동안 정체되었던 공기를 몰아내고,
이미 봄 냄새가 한껏 배어있는 맑은 공기가 방안을 한바퀴 제대로 휘돌아 나갈 수 있게 기류를 순환시켜줘야 하겠다.
그렇게 가끔씩 자연조건을 아무 여과 없이 맘껏 실내로 받아들이게 되면,
눅눅해져 있던 실내가 뽀송뽀송 해지면서 여기저기 징그럽게 우글거리고 있던 집먼지 진드기들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